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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기를 쓰는 방식

어렸을 때는 방학마다 일기를 쓰는게 일이었습니다. 40여일간의 방학이 끝날때가 다가오면 40일치 일기를 몰아쓰는 일도 흔했죠. 날씨도 기억나지 않고,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꾸역꾸역 빽빽하게 공책을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썼던 일기를 어머니가 모두 모으시더라구요. 펀칭기로 구멍을 뚫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노끈으로 묶어두셨죠. 여러번 이사를 하는 동안에도 제 일기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창고 한 구석을 차지했었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 정리를 하는데 그 일기들이 나왔습니다. 먼지가 수북이 쌓이긴 했지만 어릴 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낡은 노끈과 누래진 공책은 마치 돌아가시기 전 엄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일기를 펼쳐보고 싶었지만 단 한 장도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손을 댈 수가 없더라구요. 펼치면 제 감정도 같이 쏟아질 것 같아서요.

내가 일기를 쓰는 방식

어릴 때 어떻게 일기를 썼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합니다. 일기의 마지막은 항상 “화이팅” 또는 “할 수 있다"라고 끝맺었다는 걸.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때도 지금의 나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항상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어설픈 완벽주의자죠. 예민하고 스트레스 받기 쉬워서 삶이 힘든 유형이죠.

지금도 저는 똑같습니다. 어설픈 완벽주의자. 아직도 나를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뭔가 더 배워야 하고 늘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래서 저에게 일기는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그만 시작하라고.

저는 어릴때나 지금이나 일기를 이렇게 씁니다. 자기 반성(혹은 자아비판?) 한 움큼과 아주 조금의 어설픈 희망을 담아서.

아자! 아자! 화이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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